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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보발 (嘉靖譜跋)
가만히 보니 이 세상 사람으로 비록 훌륭하다고 하는 집안이라도 고조와 현손의 명자도 기억치 못하는 사람이 흔히 있는데 하물며 친(親)이 다 하고 복(服)이 다하여 먼 후손된 사람들이랴.
이것은 인류에 도덕이 없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고 실은 대대로 가승이 서로 전하지 아니했기 때문이라. 이 때문에 아버님이(家君)이 세속의 폐단을 심히 분하게 여기시고 조상에 효도하는(追孝) 정성이 독실하시어 뜻을 다하여 족보를 찬수하실 적에 널리 물어 듣는 대로 기록하여 만드시니 그 사이에 비록 순서에 어긋난 것과 글자 오류가 있을지라도 족보는 대성했다고 말하겠다.
더욱 우리 동국 공경사대부의 후예와 왕후비빈의 세계가 다 기록되었으니 이 어찌 문화류씨(文化柳氏)의 사보(私譜)라고만 말하겠는가? 국중(國中)의 공보(公譜)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이 족보를 보는 분은 다만 모(某)는 모(某)의 선조요, 모(某)는 모(某)의 후손이라 할 뿐 아니라 한번 책을 펴보면 선조를 뵈온 듯이 천부(天賦)의 양심이 생각하고 생각하는 사이에 저절로 노출되어 조상을 추모(追慕)하고 일가를 돈독히 하는 뜻을 버리려 하나 버리지 못하리니,이 족보가 세인을 가르침에 도움 됨이 어찌 위대하지 아니하리오. 하물며 그 공업과 절의(節義)와 문장(文章)과 도덕을 가히 스승 삼고 본받을 만한 분이 계속해서 서로 이으니 뒤의 사람이 그 풍성(風聲)을 듣고 진정으로 사모하고 흥기(興起)함이 있어 사법(師法)을 잘 지키는 즈음에 얻음이 있어 조상과 자손을 빛나게 하는 지경에 나가면 그 인재를 양성하는 이익이 어찌 적다 하리요. 이 진실로 우리들 가문이 대대로 지킬 정중한 유물이니 그 영구히 전하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도다. 아!그 성대함이여,
그 전 계묘(癸卯)에 선친(家君)이 구성(龜城)의 원(員)을 지낼 적에 내외팔촌의 계보는 그 곳에서 판각(版刻)하여 전함을 오래가도록 하시고 이 보는 편질(編帙)이 너무나 커서 일을 이루지 못한 채 부친상을 당하시고 겹쳐 또 가문이 화(禍)를 입어 남도에서 대죄하심이 二十一년이라. 천리 밖에서 귀양살이 하시는 동안 의식해결조차 여념이 없었거늘 어느 여가에 족보를 발천할 생각이 있었으리요. 정상국(鄭相國) 언각(彦慤)이 남도에 관찰사로 내려왔는데 류상국(柳相國) 지선(智善)이 마침 경주부윤이 되니 서로 의론하여 장차 개천(開刋)하려다가 갑인(甲寅)의 흉년을 만나 일을 또 이루지 못하였더니 이제 방백(方伯) 이상국(李相國) 우민(友閔)이 또한 대승공(大丞公)의 외손인데 남도에 임관되어 와서 집무하는 여가에 마침 이 족보를 보고 효제(孝悌)의 마음이 스스로 일어나 생각하기를, 이미 이룩한 족보를 전하지 못하고 그냥 없어지게 할 수 없다 하고 드디어 호남에 남궁상국(南宮相國) 침(忱)과 호서에 류상국 잠(潛)에게 서신을 보내니 이상국(二相國) 또한 이에 뜻이 있는지라. 서신을 받고 기뻐하여 발천함을 계획하였으나 발간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없는지라. 대승공의 여러 내외후예로서 삼도(三道)에 있는 수령과 방백의 직위를 가진 분은 그 촌수와 족파(族派)를 불론하 고 비용을 각각 염출하되, 그 고을의 빈부를 따라 많이 내고 적게 내게 하니 풍성(風聲)을 듣고 기꺼히 오는 이가 그 몇 사람임을 알지 못할러라. 이에 각공(刻工)을 모아 문소(聞韶)(의성(義城))에서 개천(開刋)하여 두 달이 지나 일을 끝내니 감탄할 일이로다.
우리 문화류씨는 역사가 오래 되었으니 후량말(後梁末) 전조초(前朝初)에 기가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려 七百여년이라. 그 자손의 많고 많음이 그 몇 천 몇 만인 줄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 사이에 족보를 편찬한 분이 대개 몇 분이 없었더니 가군에 이르러 유파(流派)를 소급(溯及)해서 근원을 찾아 족보를 완성하였으니, 하늘 뜻의 도움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나 세상의 일이 대소를 막론하고 그 사람과 때를 기다린 뒤에 실행되는 것이니 한 일의 성패가 진실로 우연함이 아니고 반드시 때가 있고 기다림이 있음을 가히 알겠도다. 만약 가군이 상국(相國)을 만나지 못하였더라면 족보가 속각(束閣)의 공물(空物)이 되어 그 뜻을 이루어 넓게 전하지 못하였을 것이니 그 어찌 영원히 후패(朽敗)되지 않으리오. 그런즉 가군이 여러 해를 관심한 것이 비록 지극하셨다 할지라도 상국이 가군을 위한 처지가 진실로 또한 큰지라. 그 공의 경중과 대소가 어떠하다고 형언할 수 없다. 그러하기 때문에 융(瀜) 제가 간절히 가군과 상국이 서로 만났음을 기뻐하여 이에 그 외람(猥濫)됨을 망각하고 보책 끝에다 이 말을 기록하여 둔다.
1565년을축 4월 17일 皇明嘉靖紀元之四十四年龍集乙丑四月燈夕後二日
남 융이 삼가 공수하고 절한 후 발문을 쓰다 (男瀜謹拜手稽首而跋 )
嘉 靖 譜 跋
竊觀夫今世之人雖號爲厚門巨室尙不記高玄之名字者比比有之况乃親盡服盡而至於雲仍之遠者乎是何秉彜之天終有所泯滅而然耶實以其世無家乘之相傳耳是以家君憤世俗之弊篤追孝之誠銳意修譜廣採博訪隨聞隨錄功旣訖釐爲若干卷其間雖有甲乙之舛錯豕亥之誤訛亦可謂譜之大成者也惟我東國公卿士大夫之先祖後裔曁我王后妃嬪之世系靡不俱載則是豈特柳氏之私譜也歟其曰通國之公譜也亦不謬矣觀是譜者不但曰某也乃某也之先某也乃某也之後而已矣一開卷而如對祖先之面目天所賦之良心油然呈露於念念之間而遠慕追敦之意自不能已已焉則譜之有補於世敎也豈不偉歟况功業節義文章道德之可師可法者磊落相望然後之人聞其風而有聳慕興起有得於師法服膺之際而進進於光先耀後之域焉則其於作成人才之益夫豈小哉是誠我一家世守之靑氈也其傳於無窮也固也嗚呼其盛矣乎前於歲在癸卯家君作宰龜城內外八寸之譜則刻於其邑以壽其傳而至於是譜也則編帙浩繁功未就緒而適丁外艱繼被門禍待罪南荒廿一年于玆矣千里謫中衣食之奉取資未遑則奚暇念及于此乎鄭相國彥慤之觀風南道也柳相國智善適尹東都相囑互議將欲開刋而遭甲寅之不稔事且未諧也今方伯李相國友閔亦大丞公之外裔也承 命南來綜理之隙便閱是譜孝悌之心不能自已以爲不可使已成之譜湮沒而無傳遂走書於湖南南宮相國忱湖西柳相國潛則右二相國亦留意於此者得書而喜决計繡梓而繡梓之資無所於取焉則一皆令諸大丞公之內外後裔在三道典專城之任鎭方面之位者不論其寸數之親疎族派之遠近各出供饋之費隨其郡縣之肥脊而輕重焉聞風而樂赴者不知其幾人矣於是鳩集刻工開刋于聞韶月再閱而厥功吿成焉吁文之有柳其所從來久矣自後梁末前朝初起家以來迄于今無慮七百餘年矣其子孫之甡甡不知其幾千千萬萬指而間有纂譜者盖無幾焉至于家君泝流尋源而譜成焉則庸非天意之助而誰耶雖然天下之事無巨無細莫不待其人待其時而後行則一事之成一事之敗誠非偶然也其必有時有待可知也已若使家君不遇相國則譜爲束閣之空物而無以成其志廣其傳耳其何能自不朽乎然則家君積年用心之勤雖曰至矣盡矣而相國之爲家君地者固亦博矣其功之輕重大小宜如何言歟是故瀜也竊自喜家君相國之相遇也於是忘其僭越溷弁諸卷端而有是言
皇明嘉靖紀元之四十四年龍集乙丑四月燈夕後二日
男瀜謹拜手稽首而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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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가정보는 우리 류문의 두 번째 족보이다. 이 발문은 찬자 희잠공의 아들 융이 수보과정의 어려웠던 여러 사정을 소상이 적었다*
가정보는 우리 후손이 소장하지 못하고 있다. 퇴계 이황선생 후손댁에 소장되어 왔는데 도난당해 현존하지 않는다고 한다. 애석한 일이다. 지금 봉람하는 가정보는 문화류씨대종회에서 영인하여 제작한 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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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화류씨세보 주.정리.편집 류영렬 | 
